보통 테니스 엘보우 라고 알려져 있는 이 질환의 정식명칭은 레터럴 에피콘다일라이티스(Lateral Epicondylitis)라고 하는데 읽기도 쉽지 않을 만큼 생소하다. 주로 테니스선수나 테니스를 즐겨 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발병한다고 하여 테니스 엘보우라고 불려 왔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테니스 엘보우로 병원을 내원한 환자들은 주로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테니스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식당에서 서빙일을 하시는 분부터 악기 연주자, 세탁업, 미용업 그리고 건축 일을 하시는 분들까지 대개는 팔을 많이 쓰는 직업군들에서 팔꿈치에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하시는 분이 많았다.

우리 팔꿈치를 만져 보면 바깥쪽과 안쪽에 도드라져 있는 돌기 부분이 있는데 테니스 엘보우는 팔꿈치의 바깥쪽 돌기 부위에 증상이 나타나며 주로 손목을 손등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손가락을 펴거나 오므릴 때 통증이 발생한다. 팔꿈치의 바깥쪽 돌기를 레터럴 에피콘다일(Lateral Epicondyle)이라고 하는데 그 부위에 염증이 발생해서 생긴 병이라 하여 어미에 염증을 나타내는 접미사인–itis를 붙여 ‘레터럴 에피콘다일라이티스(Lateral Epicondylitis)’ 라고 명명하게 되었다

테니스 엘보우는 우리 상체 부위의 대표적인 과사용 증후군(Overuse Syndrome)중의 하나이고 팔을 너무 사용하여 팔꿈치 부위에 염증이나 유착, 섬유화 등의 병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테니스의 ‘빽핸드’, 음식쟁반을 나를 때 쓰는 손동작, 망치질을 할 때 들어 올리는 동작, 타이핑을 할 때 주로 사용되는 근육이 ‘손목폄 근육(Extensor carpi radialis)’들인데 오랜 기간 무리하게 사용하면 그 근육의 부착 지점인 레터럴 에피콘다일 부위에 염증이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 통증이 일어나는 것이다. 테니스를 많이 쳐서 증상이 생겼다면 테니스를 자제하게 하면 되지만 문제는 생업으로 발생한 테니스 엘보우이다. 과사용 증후군의 첫 번째 처방은 그 부위의 사용을 멈추고 쉬게 하는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 쉴 것을 권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매달 내야 할 모기지가 있고 렌트비가 있는데 어떻게 쉬겠냐며 열이면 열 일하면서 낫는 방법은 물어 오신다. 애절한 눈빛 속에 이민생활의 고달픔 같은 것들이 묻어 나오면 정말 빨리 낫게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해 진다. 그러나 통증 부위를 계속 쓰면서 치료하기란 정말 쉽지가 않다.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하나는 주사요법이고 다른 하나는 물리치료요법이다. 이 두 가지 치료법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의학전문지 란셋(Lancet)에 2002년도에 발표한 논문 하나를 소개함으로써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185명의 환자에게 스테로이드 주사 요법과 물리치료를 각각 시행한 뒤 3주,6주,12주,26주,52주 마다 통증 정도와 악력 테스트를 통하여 증상의 호전 정도를 조사하였는데, 6주째에서는 주사를 맞는 쪽이(97%) 물리치료(47%)보다 훨씬 탁월한 호전도를 보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주사 요법을 시행한 환자군 에서는 재발률이 높았으며 마지막 52주째에서는 물리치료(91%)가 주사요법(69%) 보다 더 호전도가 높았다. 즉 빨리 효과를 보려고 한다면 주사를 권할 순 있지만 그렇더라도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을 추천하고 그리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물리치료 같은 보전적인 요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더 효과가 확실하다고 하겠다.

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면 우리 몸은 이미 망가져 있기 쉽다. 팔을 많이 쓰는 직업에 종사한다면 아침 일을 시작하기 전 스트레칭으로 손가락, 손목, 어깨 등을 풀고 시작 해보자. 아직 건강할 때 하루에 10분만 투자 한다면 일하는 내내 활기가 넘쳐나지 않을 싶다.